조금씩 (Patr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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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알싸한 매운맛 훠궈가 먹고 싶었더랬다. 마침 이모도 놀러왔겠다 먹으러 가고 싶었지만... 내가 즐겨가는 훠궈집은 탕에 넣어 먹을 것을 직접 집어 오는 방식인데, 만약 하필이면 사람들이 같이 쓰는 집게에 문제라도 있으면 어떡하나. 훠궈를 먹으러 갈까 말까만 한시간 정도 고민했던 것 같다. 그리고 결국 평소처럼 집에서 감자, 고구마를 구워 먹기로 했다. 이사가면 반반냄비를 사서 집에서 해먹어야 하나...? 당분간은 아마 식당에 가기는 좀 꺼려질 것 같은데.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가습기를 다시 꺼냈다. 수조 청소하기가 귀찮아서 그냥 넣어두었던 건데, 건조하지 않게 습도를 유지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해서 거의 2년만에 다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손을 더 깨끗이 꼼꼼하게 씻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비누로 대충 씻었다면 이제는 손톱 안쪽까지 꼼꼼하게 문질러 씻는다. 조조와 산책을 했든 마트를 다녀왔든, 외출했다 집에 들어오면 현관에서 외투를 벗고 먼저 욕실로 가서 손부터 씻게 되었다.
얼음 음료를 마시지 않게 됐다. 원래 나는 '얼죽아'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스타일로, 패딩을 입고 담요를 뒤집어 쓰고라도 시원한 물이나 음료수 마시는 걸 좋아해서 바나나도 시원하게 스무디로 갈아먹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오늘부터 당분간은 되도록이면 그러지 않기로 했다. 따뜻한 물이나 음료를 자주 마셔서 몸의 체온을 높여주는 게 좋다고 하니까. 오늘은 바나나 스무디 대신 바나나 딸기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다. 아, 물론 감자 고구마를 먹기 전 에피타이저로 말이지.
원래 3월에 편집자와 미팅을 할 예정이었다. 서울에서 친구와 약속이 있는데 올라온 김에 나와 미팅을 하고 계약서도 검토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결국 오늘 편집자는, 당분간은 이동하지 않는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예의일 것 같다고, 죄송하지만 미팅을 미룰 수 있겠냐고 연락이 왔다. 당연히 그러자고 했다. 편집자는 대구에서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구의 혼란은 말도 못할 것이다.
부모님, 친척들이 살고 있는 내 고향 진주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엄마가 일하는 백화점에서는 직원들도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고 있는데 일회용 마스크가 매진돼서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고 한다. 아빠와 아줌마가 운영하는 식당도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한다. 진주는 정말 작은 도시라서 바이러스가 퍼지는 건 순식간일텐데. 내 마음이 좋지 않던 차에 우리 옆동네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에고... 이제는 정말 조조와 산책도 편하게 다니기 어렵게 되어 버렸다. 설마 설마 했는데 바이러스가 바로 코앞까지 와버렸네.
하루 하루 조금씩 평소보다 더 조심하게 된다. 난 원래 정말 덜렁대고 나사 하나 빠진듯 지내는 사람인데 코로나19에 대해서만큼은 조금씩 조금씩 더 철저하게 방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슬프다. 메르스때도 이정도로 공포를 실감한 적은 없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왜 사람들은 감추고 또 감추다가 이렇게 일을 키워버린 걸까?
날씨마저 내 기분처럼 울적했던 하루. 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