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운전 면허! (Patreon)

주말을 전부 운전 연습에 쏟았다. 

드디어 대망의 시험. 첫번째 시험과 달리 오늘은 떨리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첫번째 순서여서 구석에 정차되어 있는 차를 탔는데 핸들이 돌아가 있었다. '음 핸들을 바로 하고 출발해야 겠군' 하고 생각했는데... 시동을 켜고 주차 브레이크를 내리고 좌측 깜빡이를 켜고 핸들을 제자리에 놓는 순간 깜빡이가 꺼졌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렇구나 이런 경우는 핸들을 먼저 제자리에 놓고 깜빡이를 켰어야 하는구나...! 항상 반듯하게 되어 있는 핸들로 시작했었기 때문에 순서를 몰랐다. 시험이 아니었다면 다시 좌측 깜빡이를 켜고 출발하면 그만인 것이지만, 시험에서는 컴퓨터가 자동으로 채점을 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이미 감점이 되었을 것이다. 좌측 깜빡이를 켠 후 3m를 주행하고 깜빡이를 켜야 하니까 말이다. 뭔가 억울해서 나도 모르게 순간 옆자리 감독관께 "아니 이거 핸들이 원래 돌아가 있어서 깜빡이 꺼진 건데 어떻게 해요??" 라고 질문을 해버렸다. 시험 내내 감독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원칙인데 나도 모르게 당황해서 말을 건 것이다. 감독관은 냉정하게 "그것도 본인이 확인하고 출발했어야죠" 라고 했고... 난 '우씨 ㅠㅠ' 하는 마음으로 운전을 시작했다.

첫 출발부터 예상하지도 못한 감점을 당해서 조금 마음이 동요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붙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신을 차렸다. 무엇보다, 주말동안 차선 변경 연습을 많이 해서 다른 차들이 두렵지 않았다. 도로에 차들이 많았지만 어느 정도 간격까지는 자유롭게 드나들어도 되는지를 알고 나니 안전하면서도 과감하게 차선 변경을 할 수 있었다. 다만 주말에도 유턴이 조금 아쉬웠는데, 더 연습하고 싶어도 해가 지고 나면 탈 수 없었던 것도 있고, 너무 많이 운전을 하면 손목도 아프고 집중력도 흐트러졌기 때문에 살짝 20%정도 부족한 상태로 연습이 되어 있었다. (초보가 다 그렇겠지만서도) 10번 유턴을 하면 그 중 4번 제대로 들어오고 6번은 차선을 침범했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핸들을 감았다가 푸는 타이밍이 아직 손에 익지 않았었다. 오늘은 계속 마음 속으로 되내었다. '침착하게 풀면 돼...!' 너무나 다행히 오늘은 2번의 유턴 모두 한번에 의도한 차선에 들어올 수 있었다. 

첫번째 시험에서 중간에 실격처리되고 강사님과 운전석, 조수석을 바꿔 탔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끝까지 주행해 들어온 것 자체가 감격이었다. 주차까지 하고 시동을 끄니... 그토록 바랐던 '축하합니다. 합격입니다.' 라는 안내 멘트가 나왔다. 너무너무 기뻤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기뻤던 건 감독관님의 한마디...

"잘하네~!"

처음 도로주행에 떨어졌을 때는 분명 속상했다. 내 실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합격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떨어진 사실에 매우 속상했었다. 하지만 오늘 붙고 나서는 그 때 떨어진 게 나한테 꼭 필요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과 도로를 우습게 보지 않고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자세를 얻게 되었으니까. '운전 별거 아니네' 라는 생각이 아닌, '운전은 꾸준히 연습해야 하는 것' 이라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으니까. 

나는 학원에서 합격을 했기 때문에 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시험장까지 가야 했다. 걸어가는 길에 엄마,아빠,이모, 운전연수를 도와준 친구에게 합격 소식을 알렸다. 내가 발급받기 위해 건물로 들어가는 길에, 먼저 발급 받은 한 남학생을 보았다. 계단을 내려오는 내내 면허증을 손에 쥐고 뚫어지게 바라보며 배실 배실 웃고 있었다. 나도 면허를 발급 받고 건물을 나와 내려오는 계단 내내 웃음이 나오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너무 좋아서 면허증을 들고 사진도 찍었다. 아... 행복해. 한번만에 시험에 합격했다면 이렇게까지 행복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불합격 후 우울했던 기분들의 몇배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성취감이라 더더욱 좋았다. 

자, 이제 이번 주에 내 차와 인사하기를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