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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5일 동안 컴퓨터를 붙잡고 작업을 했더니 눈,코(안경무게 때문에),어깨,허리,엉덩이 온몸이 쑤셔와서 “이모집에 갈 때가 되었군!” 싶었다. 

작업용 컴퓨터가 없는 곳에 가면 편집이 아닌 다른 일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일을 하고 있어도 쉬는 느낌이어서 굉장히 기분 전환이 된다.   급한 편집을 마친 새벽 1시. 짐을 싸고 콜택시를 불렀는데 바로 잡혔다. 럭키.  

캐리어를 끌고 조조를 데리고 지하 주차장에서 기다리는데 10분을 넘게 기다려도 전화도 없고 택시도 오지 않았다. 참다 못한 조조가 슬슬 낑낑대기 시작했고 기사님께 전화를 했더니 네비게이션이 잘못 알려줘서 헤매고 있다고 죄송하다고 얼른 가겠다고 하셨다. 전화 이후에도 결국 10분의 추가 기다림. 게다가 주차장 입구인데 경비 아저씨가 자리를 비워서 바가 올라가지 않는다고 전화가 와서 “그냥 제가 나가서 탈게요” 하고 나가서 타야 했다.  

 너무 졸리고 피곤했던 터라 택시를 타기까지의 여정이 유쾌하지 않았다. 약 20분을 기다려 타는 택시가 기분 좋을리 없으니까. 기사님은 친근하게 종종 질문을 던지기도 하셨지만 대답하는 것조차 피곤했다. 졸려...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만.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가 어느 순간 기사님이 “카드 주세요” 라고 하셨다. 창밖을 보니 거의 다 온 것 같긴 한데 아직 도착은 아닌데 왜 카드를 달라고 하시지? “카드 주시라니깐~” 하시기에 건네 드렸다. 네이버 지도를 찍어보니 목적지까지는 10분정도가 남아 있었다. 그런데 기사님이 결제를 하시는거다. 

“결제를 지금 하신 거예요???”

 “나 때문에 기다렸으니 미안하잖아요~ 하하”  

충격적이었다. 살면서 처음 겪어본 일이라서. 본인의 실수로 나를 얼만큼 기다리게 했건 거리를 빙빙 돌았건 어쨌든 내가 만나본 택시 기사들은 절대 한 푼도 양보한 적이 없었다. 정말 충격적이었다.  

“이런 기사님은 처음 봐요” 

“그래요? 하하 아니 아까 얼마나 애간장이 탔던지. 미안해서 그래요.” 

“사실 저도 많이 기다려서 기분 좋지 않았는데. 그런데 저를 기다리게 한 기사님들은 정말 많았어도 이런 기사님은 처음이에요.”

 “그래요? 나는 그 시간에 바로 원하는 목적지로 나가는 콜이 잡혀서 얼마나 고마웠는데~ 근데 늦어가지고 허허. 그런데 난 참 운이 좋아요. 세상이 도와주는 것 같아. 아무리 구석으로 들어가도 절대 빈차로 나오는 법이 없다니깐?” 

“기사님의 이런 행동이 운을 불러오나 봐요.”

 “그런가? 그런가봐 껄껄. 내 동료들은 항상 손님 없다고 우는 소리 하는데 나는 택시로 한달에 500씩 벌어요. 꽤 괜찮죠? 손님이 끊이질 않아서 항상 동료들이 비법이 뭐냐고 물어봐~ 그럼 나는 말하지. 베풀어라! 하고. 하하”

 “정말 그런 것 같은데요. 기사님 명함 있으세요?” 

“명함 물어보는 손님들이 참 많은데 내가 명함이 없어요~ 아까 통화한 번호 기록이라도 저장 해두시든지? 내가 다른 택시들 잘 안가는 곳까지 친절하게 데려다주니까 아가씨들이 명함을 참 많이 물어봐요. 근데 아직 읍써 하하”

 “기사님 번호를 사람들이 많이 알면 기사님한테 좋아요?” 

“어~ 아무래도 그렇죠?”  

짜증과 피로로 찼던 마음은 순식간에 놀라움과 감사함으로 바뀌었다. 요즘 세상은 나한테 가르쳐주고 싶은게 참 많은가보다. 어떻게 택시를 타는 이 평범한 순간에 이런 엄청난 일을 나한테 겪게 해준 걸까? 

  복이 많은 사람들은 복을 불러오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삶을 산다는 것을 기사님을 통해 피부로 느끼게 됐다. 글로만 읽고 지식으로 알던 때와는 천지차이. 당장 내 마음과 기분이 이렇게 마법처럼 바뀌었으니까. 3000원정도를 양보해주신 덕에 내 기분은 땅에서 하늘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방금까지만 해도 ‘늦게 와놓고 말까지 거는 귀찮은 택시 아저씨’였던 그 분은 ‘다시 타고 싶은 택시 기사님’이 된거다. 

 나의 작은 배려,양보가 다른 사람의 하루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살 때 비로소 자신에게도 배로 돌아오는 거다. 기사님이 이렇게 저렇게 양보를 하고도 동료들보다 훨씬 돈을 잘 버시는 것처럼. 

 그래서 그 택시 기사님의 번호는 010 4365 9994 서울 경기권 손님들로 붐벼서 앞으로는 한달에 600,700,800만원 더 더 많이 버셨으면 좋겠다.

Comments

Anonymous

좋은 분 만나셨네요. 오늘 하루도 운이 넘치길 바랍니다

Anonymous

어제 일기 쓰신다길래 제가 초딩때 억지로 쓰던 글귀를 생각했는데 퀄리티가🙊 나중에 모아모아서 "10년차 유튜버의 삶" 이렇게 수필로 출판해도 될 것 같아요!!😁

Anthony (aka Joe Cool)

That's a nice story. If you're wondering how I read it I should tell you that I am fluent in Google Translate.

Anonymous

^^ 오늘 드디어 토탈워 삼국이 오픈한다. 4k 풀옵션으로 즐기기 위해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감행했고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얼마만에 해보는 삼국지 게임인가? 삼국지 소재로 이런 스케일의 게임을 개발해 준 개발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몇시간 뒤에 삼국지 전장속으로 일탈 여행을 떠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Anonymous

長いけど全て訳しましたよwこんな感じの日記もなかなか良いですね^^お仕事おつで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