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박스 향후 계획에 관해 드리는 말씀. (Pixiv Fanbox)

안녕하세요, 낙타입니다.

연말이라 좋은 말씀과 함께 이번 해를 마무리 짓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는 글을 올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이 글은 현재 제가 어떤 상태인지 후원자분들에게 전달드리고자 작성합니다.

1년 7개월 가량 되는 시간동안 팬박스를 운영하며

저작권 관련하여 많은 대응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유출사이트는 날이 갈수록 기술이 정밀화되고 있고,

픽시브는 이를 알면서 방치하는 상태입니다.

(필사적으로 픽시브 측에 유출방식까지 알려주며 문의해보았으나

온 답변을 보고 내린 결론.)

지금은 어찌어찌 막고 있지만 웹툰 본업에 지장이 갈 정도로,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유출사이트 말고도 다수 일들이 스택이 쌓였는데,

오늘도 제보를 받아 보았더니,

해외사이트 내 익명의 한국인이 팬박스 그림을 유출하여 리터칭하여 R-18로 만들어

추천을 유도하는 글을 다수 게시하였더라고요.

리터칭 R-18은 제게 굉장히 위협적인 행위입니다...

매번 R-18은 그리지 않는다. 음란물은 그리지 않는다 말을 해도

본 사람들은 어? 그 작가 분명 안 그린다고 했는데? 하며

이 작가 신상 훤히 드러났으면서 결국 R-18 그리네~ 로 이어져요.

이는 향후 작가 생활에 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 작가 유두랑 성기까지 그리며 장사한 과거가 있어요! 처벌받아야합니다!"

저는 그리지 않았지만, 힘든 일이 생깁니다.

해명에 많은 시간과 힘을 쓰게 될 거예요.

요 근래 픽시브에 한누리 강호밀 2차창작 동인지가 올라오며 많은 말을 듣게 되며

이게 내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시고, 그렇게 될 수 있겠구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이어서 말씀드리면,

이런 일들은 예전에 때때로 신고해서 삭제요청 해보았는데 무시하더라고요...

저는 삭제 권한 같은 것도 없고 해당 게시글을 올린 곳이

위 행위를 일삼아하는 곳인 것 같아

강압적으로 말해 좋을 것도 없으니 부탁하듯이 삭제요청을 하게 됩니다.

근데 매번 이 과정을 거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나는 매번 내 저작권을 위반한 익명의 누군가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삭제해달라고 요청한다...

잘못은 저 사람들이 했는데 처벌할 수도 없고 제보가 들어왔으니 방관할 수도 없어...

결국 대응해야하는데 나는 권한도 없고 해외사이트라 처벌도 불가능하니 내가 저자세로 나갈 수 밖에 없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자괴감에 빠지게 됩니다.

그걸 내내 참아왔습니다.

근데 오늘 저 일이 트리거가 되어 더이상 버티기 힘들겠더라고요.

자꾸 신경쓰고 부정적인 마음이 쌓여가다보니

웹툰 스토리와, 그림 작업에도 영향이 가게 되었습니다.

등장인물들 사건이 자꾸 무거운 쪽으로 기울게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창작자들의 생활과 마음상태가 작품의 무거움에 영향이 가는 케이스를 많이 보았는데 저도 실제로 그렇게 되어가는 걸 느꼈습니다.

그로 인해 이제는 팬박스를 접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R-18을 그렸다면 저도 불법적인 일로 후원을 받고 있는거니 상관 안 했겠지만

국내법을 뒤져가며, 웹툰 사이트들의 성인물을 어떤 규제를 받고 있고

국내에서 성인물로 넘어가는 수위 커트라인은 어느정도로 정해져있는지 찾아가며

합법적인 선 안에서 작업하며 후원을 받는 상태이고.

그런 작업물들을 진심으로 좋아해주시며 후원해주시는 분들께 불합리하고 억울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 너무 죄송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네이버가 아닌 플랫폼의 웹툰작가입니다.

포털이 아닌, 플랫폼에서 연재하는 전연령물 웹툰작가 대부분은

노동시간에 비례하는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생활을 합니다.

대부분의 작가분들이 연재 중에는 유료수익을 못받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도 그 중 하나입니다.

장남인 입장에서 현재 받고 있는 급여만으로는

작년에 가정에 우환이 생겨 휘청이고 있는 집안 (작년부터 절 봐오셨던 분들은 아시는 상황) 을 지탱하기 어렵습니다.

그에 팬박스 후원금이 그나마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누적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일에 지장이 가고 있음과 동시에,

집안을 지탱해야하는 현실에 맞딱뜨려 괴리감이 와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번 2022년 1월 한달 간은, 팬박스에 게시를 하지 않고 휴식,

마음을 정리하여 2022년 2월에 팬박스를 폐쇄할지말지 말씀드리려 합니다.

(폐쇄를 결정한다면, 후원 리워드 이벤트를 바라보며 후원하시던 분들을 위한 방안도 생각할 예정입니다.)

플랜을 후원 못하시게 내려놓고 싶은데,

팬박스 운영하시는 타 작가분이 플랜을 잘못 만졌다가

후원자 목록이 모두 날아가시는 걸 보아 저도 그렇게 될까봐 함부로 내리지 못하겠어요.

(후원자 목록이 날아가면 이벤트 결제내역 체크에 지장이 있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1월의 그림을 원하시는 분들은 이 점 참고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제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후원자분들께 알리고 싶었습니다.

연말에 아쉬운 말씀 전해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마음 정리하여 2월에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