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돌 (Pixiv Fan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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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으로 출발하기 전의 이야기입니다.
수도에 있는 상회를 방문하자 초로의 남성이 붙임성 좋은 웃음과 함께 맞아주었다.
“여어, 여서와 레이 짱. 클레어 님도 잘 와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한스 씨.”
“실례하겠어요.”
초로의 남성-- 한스 씨는 예전에 바캉스 때 신세를 졌던 상인이다.
나는 한스 씨가 매입하려고 했던 마도구로 인해 발생할 좀비 소동을 미연에 방지하면서, 돈벌이가 될 만한 다른 이야기를 제공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건 제대로 된 대책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유클레드에서 그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지만.
“오늘은 어쩐 일인가? 뭔가 돈이 될 거리라도?”
“아뇨, 오늘은 반대입니다. 뭔가 돈 될 거리가 없을까 해서요.”
한스 씨와는 블루메 관련의 거래 등으로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가끔씩 얼굴을 비치러 가고 있다.
“그렇군, 그렇군. 하지만 공짜로 얘기해 줄 수도 없지.”
“물론 대금은 지불하겠습니다. 이 정도면 어떤가요?”
한때는 몹시 심각했던 그 시절에선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왕국의 생활은 힘들다.
나는 무리한 지출이 되지 않을 선에서 금액을 제시했다.
“흐음……. 이 금액이라면…… 그건 어떨까나. 잠깐만 기다려줄 수 있겠나?”
일단 한스 씨는 가게 안쪽으로 들어갔다.
뭔가 가지고 오려는 모양이다.
“클레어 님은 기다리기 지루하실 테니, 잠깐 저쪽에서 기다리고 계셔도 괜찮습니다.”
처음 둘이서 여기를 찾아왔을 때도 클레어 님은 따로 옆에 있는 응접실에서 시간을 때우셨다.
이번에도 클레어 님에게 응접실을 권했지만,
“아니요. 저도 같이 이야기를 듣겠어요. 돈벌이 얘기라면 저도 얼마든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고요?”
클레어 님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습니까? 그건 마음 든든합니다만.”
“레이만큼의 독특한 발상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레이와는 다른 시점에서 바라본 의견을 내놓을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요?”
“앞의 말은 과찬이세요. 아니면 저에게 반해서 콩깍지가 씐 건가요?”
“바…… 바보 같은 소리마세요……!”
클레어 님의 뺨이 발갛게 달아오르며 내 가슴을 토닥토닥 때렸다.
너무너무 귀여워.
“오래 기다렸지.”
“아뇨, 좀 더 느긋하게 오셔도 괜찮았을 텐데요.”
“응?”
“아무것도 아니에요! 항상 있는 레이의 망언이에요!”
에이~ 좀 더 클레어 님의 토닥토닥을 만끽하고 싶었는데.
“그래서 그 상자는 뭔가요?”
“이게 이번에 돈벌이가 될 소재입니다, 클레어 님.”
그건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상자였다.
별다른 특징도 없는 나무상자다.
“열어봐도 괜찮을까요?”
“얼마든지요.”
클레어 님은 상자를 받아들고서 뚜껑을 열었다.
“이건…… 돌?”
상자 속에는 무명천이 깔려 있었고, 그 위에 엄지손가락만한 검은색 돌이 놓여 있었다.
“정확하게는 마법석입니다.”
“이게 돈이 될 소재라고요? 굉장히 순도가 높다던가?”
“아뇨, 순도는 평범한 정도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죠. 다만 조금 별난 특징이 있어서요.”
“별난 특징……?”
클레어 님은 돌을 집어 들고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나도 함께 관찰해봤지만 눈에 띄는 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클레어 님, 돌을 떨어트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마력을 불어넣어주십시오.”
“? 괜찮은가요?”
“네. 다만 깜짝 놀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떨어트리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알겠어요.”
클레어 님은 돌을 쥐고서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꺄악?!”
클레어 님이 눈을 크게 뜨며 깜짝 놀랐다.
동시에 손을 펴서 쥐고 있던 돌을 바라보았다.
“클레어 님, 무슨 일인가요?”
“돌이…… 진동하고 있어요.”
클레어 님은 곤혹스러워하며 말했다.
눈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검지로 슬쩍 돌을 만져보니 확실히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매입한 곳에서는 떨리는 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모양이야. 어때 레이 짱. 이걸 써먹어 볼만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나?”
한스 씨가 물었다.
떨리는 돌이라.
“돌의 크기는 이 사이즈가 최대인가요?”
“아니, 좀 더 커다란 돌도 있지. 가장 큰 건 냄비만한 크기도 있을 거라 생각해.”
“가공이 어렵다거나 그런가요?”
“비교적 간단하다는 모양이야. 가공이 까다롭지 않은 돌이라 곡면가공도 가능하다더군.”
흠.
“그물 모양으로 가공해서 뭔가를 섞는 도구로 만드는 건 어때요?”
“섞는다고요?”
“네에. 예를 들어, 생크림을 저을 때는 언제나 손이 많이 가고 힘들잖아요? 이걸 잘 활용한다면 저을 때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과연.
간이 핸드 믹서로 만들자는 뜻인가.
“오, 그건 좋군요. 훌륭한 생각입니다, 클레어 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케이크용 생크림을 만들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레이랑 우리 딸들이 손이 아프다고 푸념해서 떠올려봤어요.”
역시 클레어 님.
항상 가족을 생각하시는구나.
발상이 건전하다.
나랑은 완전 다르다.
“레이 짱의 생각은 어떠려나?”
“아뇨…… 뭐, 생각이 없는 건 아니긴 한데 대놓고 말하기는 좀 창피하다고 해야 하나…….”
엄지 손가락만한 크기의 떨리는 돌이라니, 나로서는 그거 말곤 떠올릴 수 없다.
“새삼스레 뭘 부끄러워하는 건가요. 저도 제 아이디어를 제시했으니까 레이도 어서 말해보세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말해버리면 나중의 즐거움이 줄어드니까요.”
“???”
클레어 님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한스 씨, 나중에 기획서를 써서 보내드릴 테니 그걸 읽고 검토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나는 그래도 상관없지. 세세한 합의사항은 나중에 하는 걸로 괜찮겠어?”
“네에, 그렇게 해주십시오.”
“잠깐, 잠깐.”
혼자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된 클레어 님이 불만스러운 듯이 입을 열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떠올린 건가요. 가르쳐주세요.”
“지금은 아직 비밀입니다.”
“어째서인가요!”
“클레어 님에게 드리는 깜짝 선물로 하고 싶으니까요.”
나는 클레어 님의 푸른 하늘같은 눈동자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기뻐해 주셨으면 하니까 지금은 비밀로 해두겠습니다. 참아주실 수 있나요?”
“……선물이라니 어쩔 수 없네요.”
클레어 님은 토라진 듯이 고개를 휙 돌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 표정엔 미처 감추지 못한 기쁨을 엿볼 수 있었다.
쉽구만.
“그렇게 됐으니 오늘은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아아, 또 와달라고.”
“실례했어요.”
◆◇◆◇◆
한스 씨한테 기획서를 써서 보내고서 2주정도가 지났다.
지금 시간은 밤 11시를 지날 무렵.
메이와 알레어는 일찌감치 아이들 방에서 자고 있다.
“클레어 님…… 괜찮을까요?”
“……좋아요.”
나와 클레어 님이 뭘 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물론 거사를 치르려고 하는 중이다.
침실에서 침대 위에 잠옷차림의 여자가 둘. 아무 일도 없을 리가 없다…… 이건 전생에 있었던 게임의 광고 문구였던가.
“클레어 님의 입술…… 너무나 부드럽네요.”
“읏…… 바보…….”
깊게 입을 맞추자, 클레어 님은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적극적으로 내 키스에 응했다.
그런 기특한 행동이 한층 더 내 안의 가학심을 부채질한다는 사실도 모르고서.
“아읏…… 응…….”
클레어 님의 입안을 혀로 거칠게 유린했다.
입천장을 어루만지고, 치열을 훑으며 혀와 혀가 얽혔다.
클레어 님이 조금씩 이성을 잃어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평소에는 그렇게나 지기 싫어하는 클레어 님이 내 입맞춤으로 달콤하게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흥분으로 등줄기가 오싹했다.
“클레어 님…… 사랑해요…….”
“아…… 저도예요…… 레이……으읏…….”
몇 번인지도 모를 키스를 나누면서 서로의 옷을 한 꺼풀씩 벗겨나갔다.
옷을 벗기는 데는 서툴렀던 클레어 님도 지금와선 손놀림에 막힘이 없었다.
뭐, 과거의 풋풋하던 클레어 님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요소기는 했지만.
“…….”
입술과 목덜미, 쇄골을 차례차례 지나서 클레어 님의 풍만한 가슴 위로 키스를 퍼부었다.
나는 부드러운 감촉을 손으로 맛보면서 반응해오기 시작하는 핑크빛의 끝부분을 혀로 쓸어 올렸다.
“하읏……! 레이……!”
“클레어 님의 가슴…… 벌써 이렇게나 딱딱해져서…….”
“말하지 말아줘요…… 부끄러워…….”
클레어 님은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저었지만 나는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좀 더 클레어 님을 부끄럽게 만들기 위해서 그 이상을 시도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클레어 님. 요전에 한스 씨네 상회에서 얘기했던 일은 기억하고 계십니까?”
“……뭔가요, 갑자기 뜬금없이. 물론 기억하고 있어요.”
분위기를 깬다는 듯이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이는 클레어 님이었지만, 일단 기억은 하고 계시는 모양이다.
“그 때 말씀드린 선물을 지금 드리겠습니다.”
“그건 꼭 지금 해야만 하는 건가요? 모처럼 멋진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있는데.”
클레어 님이 적극적으로 고개를 들이밀며 키스해달라고 졸랐다.
원하는 대로 키스해주고 싶은 욕구가 치밀었지만 일단은 꾹 참았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됩니다. 바로 이럴 때 쓰는 물건이니까요.”
“?”
흥분으로 발갛게 상기된 얼굴 위로 물음표를 둥둥 띄우고 있는 클레어 님.
나는 베개 뒤에 숨겨두고 있었던 ‘그것’을 꺼냈다.
“그건…… 그 때 봤던 떨리는 돌?”
“네. 조금 가공을 가했지만요.”
돌은 조금 세로로 길쭉한 형태의 구체 모양으로 다듬어졌고, 끝부분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서 끈을 달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표면이 매끄럽게 연마되어 있어서 검은색 광택을 선명하게 내비치고 있었다.
“그게 선물인가요?”
“그렇습니다.”
“액세서리인걸까……? 하지만 어떤 식으로 착용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그걸 지금부터 가르쳐드리겠습니다. 그 몸에 듬뿍 말이죠.”
“네?”
나는 클레어 님을 침대 위로 넘어트리고서, 다시 격렬하게 키스했다.
“하아…… 정말 레이도 참, 의미를 모르겠-- 아아앗……!”
클레어 님의 입에서 교성이 터져 나왔다.
“레…… 레이……! 그건…… 그건……!”
“네에, 이렇게 쓰는 겁니다.”
나는 손에 쥔 검은 돌에 마력을 불어 넣어 진동하는 상태로 만들고서, 그걸 그대로 클레어 님의 가슴 끝에 가져다 댔다.
그렇다.
이건 바로 이세계 버전 핑크 로터인 것이다.
핑크 로터가 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설명해 둔다.
핑크 로터는 한마디로 성인용 도구로, 진동하는 플라스틱 구체를 성감대에 가져다 대서 자극을 즐기는 물건이다.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으니, 그걸 클레어 님에게 직접 하나하나 시연해 보는 걸 지켜봐줬으면 한다.
아무튼 그래서.
“클레어 님…… 어떠세요……? 기분 좋지 않으세요……?”
나는 버드키스를 퍼부으면서도 클레어 님의 표정을 관찰하며, 클레어 님의 가슴 끝의 유룬을 문대듯이 돌을 움직였다.
“이거…… 안돼요! 자극이……앗……너, 너무 강해……!”
“클레어 님…… 제가 지금 여쭤보는 건 기분이 좋냐, 아니냐, 인데요?”
반응을 보아하니 아파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정반대라고 확신했다.
클레어 님을 괴롭히는 걸 정말로 좋아하는 나는 일부러 유두를 피해서, 계속 그 주변만을 자극했다.
“그…… 그런 건…… 말 못해……아앗……!”
“안 됩니다. 대답해주세요.”
“기…… 기분 좋아요…….”
“어떤 식으로?”
“간……간지러운 듯…… 저려오는 듯…….”
이 진동의 자극에는 독특한 맛이 있다.
클레어 님의 표현이 그야말로 정확하겠지.
“참 잘 말했네요, 클레어 님. 그럼 상을 드리겠습니다.”
“기다려요 레이…… 저, 더는--.”
“기다릴 수 없어요.”
나는 클레어 님의 예민해진 돌기에 돌을 꾹 갖다 대었다.
그 순간 클레어 님의 몸이 크게 뛰어올랐다.
“아……읏……! 레이……! 안 돼……! 안돼요……!!”
자극이 너무 엄청났는지 클레어 님은 둥글게 말면서 마치 자극으로부터 도망가려는 것처럼 몸을 말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몸짓에도 봐주는 거 없이 계속해서 가슴에 자극을 가했다.
“레이…… 이제는 안 돼…… 그만……!”
“안 됩니다, 클레어 님. 이건 선물이니까요. 남김없이 전부 받아들여주세요.”
“그런……아……!”
애원조차 거절당하자 클레어 님은 절망적인 표정이었다.
그 표정이 또 다시 내 안의 S를 자극했다.
“자요……가슴의 자극만으로 날아갈 것 같습니까? 잘 가버린다면…… 좀 더 좋은 걸 드리겠습니다.”
“싫어요…… 레이…… 레이……! 용서해줘……!”
클레어 님이 나에게 매달렸다.
나는 한 손으로 클레어 님을 마주 안으면서도 다른 한 손은 여전히 가슴에서 떠나지 않았다.
“자아…… 가버리세요.”
“~~~~~읏!!!”
귓가에 낮게 속삭이자 그게 스위치가 됐던 걸까, 클레어 님은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몸을 떨면서 가버렸다.
“하아…… 하앗…….”
“무척이나 사랑스러웠습니다, 클레어 님…… 멋지셨어요…….”
돌의 자극에 마비되어 버렸을 가슴 끝의 선단에, 노고를 치하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그 끝은 살짝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조금 지나쳤을 지도 모르겠다.
“레이도 참…… 제가…… 그만이라고 말했는데도…….”
“죄송합니다. 하지만 연인이 자신이 선사하는 쾌락에 느끼고 있으면 좀 더 느끼게 해주고 싶잖…… 어라……?”
눈앞이 빙글 돌았다.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레이?! 무슨 일인가요?! 어디 아픈 건가요?!”
클레어 님이 창백해져서 황급히 물었다.
이건…….
“아…… 분명 마력 고갈입니다.”
“……마력 고갈?”
“네.”
이 돌은 어디까지나 마법석이다. 즉, 진동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마력을 부어넣어 줘야 한다.
애무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돌을 진동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마력 고갈을 일으키고 말았다.
“의외로 연비가 나쁘네요, 이 돌. 일반인은 쓸 수 없다는 부분은 상품으로선 아쉬운 부분이네.”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 거죠? 깜짝 놀라게 만들지 말아주세요.”
“죄송합니다.”
마력 고갈에도 단계가 있다.
점점 몸에서 힘이 없어지면서 의식이 몽롱해 지고, 최종적으로는 기절해버린다.
보통은 그걸로 끝이지만, 어떤 악의나 의도를 가지고 마력을 흡수당한다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나.
지금 나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태다.
“과연, 그런 거군요. 흐응~?”
클레어 님이 빙긋 미소 지었다.
뭔가 나쁜 예감이 든다.
“클레어 님……?”
“방금 전에는 잘도 해주셨네요, 레이. 이번에는 제 차례라고요?”
클레어 님은 악역영애의 얼굴로 선언했다.
아, 이거 망했다.
“크, 클레어 님, 무방비한 상대를 괴롭히는 건 조금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무슨 소릴 하는 건가요. 저는 제 연인을 듬뿍 사랑해줄 뿐이에요. 방금 전에 어디의 누구씨도 말했죠~? 연인의 느끼는 모습을 본다면 좀 더 해버려도 괜찮다고.”
“미묘하게 악의적인 왜곡을!”
나는 침대에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후후후……. 그러면 어떻게 해드릴까요…….”
클레어 님은 사악한 얼굴로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클레어 님…… 혹시 자비는……?”
“저한테 그런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그건 그렇--읏……!”
클레어 님은 움직이지 못하는 내 얼굴을 붙잡고서 입술을 빼앗았다.
격렬한 키스가 아니라,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상냥하면서도 애틋한 키스였다.
“클레어…… 님…… 이건…… 으읏…….”
“레이는 이런 키스에 가장 민감했었죠?”
나는 입술이 몹시 민감한 모양인지, 너무 강한 입맞춤은 아프게 느껴진다.
그 닿을 듯 말듯이 애를 태우는 키스에 가장 큰 쾌감을 느낀다.
한 번 입술을 약지로 닿을 듯 말듯한 거리에서 살짝 부드럽게 쓸어 올려 봤으면 한다.
사람에 따라선 미지의 쾌락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후후…… 효과가 직방이네요. 이렇게나 젖어서는…….”
“앗……! 클레어 님…… 거긴…….”
클레어 님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내 비부를 쓸었다.
부끄러울 정도로 엉망으로 젖어버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쾌락으로 흐트러지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데 흥분하지 않는 쪽이 이상하다.
“가슴을 괴롭혔을 뿐인데도 그 정도의 쾌감인데…… 그걸 여기에 써보면 아주 재미있어 질 게 분명하죠?”
“클레어 님…… 부디 봐주세--.”
“거절이에요.”
“히잇!”
내 가장 기분 좋은 부분에 진동이 가해졌다.
클레어 님은 돌로 꽃잎의 심지를 세심한 움직임으로 희롱했다.
“그만……! 클레어 님, 안 돼요! 자극이 너무 강해--.”
“안 된다고 말하면 레이는 그만 해줬던가요? 자아, 좀 더 흐트러진 모습을 저에게 보여주세요. 저를 지루하게 만들지는 않겠죠?”
매력적으로 웃으며 클레어 님은 클리토리스뿐만이 아니라, 내 비밀스러운 부분의 주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진동을 가했다.
“아아아앗……!”
“후후…… 좋은 목소리……. 좀 더 지저귈래요? 사랑스러운 레이. 당신의 귀여운 목소리를 좀 더 들려주세요.”
한층 더 즐거워하는 클레어 님의 목소리.
내 모습은 마치 순진무구한 소녀와도 같았지만, 아이의 잔인한 순수함에 작은 동물은 죽어버린다.
나는 마비되는 것 같은 쾌락에 하반신을 지배당해서, 제대로 된 대답조차 불가능했다.
너무 느껴버려--!
나는 간신히 조금이나마 움직이는 다리로 클레어 님의 손놀림을 멈추려고 했다.
“어머? 안 된다고요, 레이. 사양 따위를 하면. 모처럼의 선물인걸요. 마음껏 즐겨주세요.”
그러나 클레어 님은 힘이 담기지 않은 내 다리를 가볍게 제지하고서, 다리 사이에 몸을 끼워 넣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는 다시금 공격을 재개했다.
아랫배에 쌓여가는 열기가 점점 양을 늘려가고 있었다.
“클레어 님……! 쉬게 해줘요……! 잠깐만이라도 좋으니까……!”
“후후…… 안-돼. 자아, 좀 더 느끼는 걸 보여줘요.”
“으으읏……!”
클레어 님은 핑크빛 돌기를 덮고 있는 표피 위부터 비부의 갈라진 틈 사이의 위아래를 왕복하며 돌로 문질렀다.
그러자 나는 체면조차 내던지고서 소리를 질렀다.
“정말로……! 이젠 한계예요……!”
“그래요……? 그러면 이제 곧 레이의 가장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겠군요……?”
순수함 그 자체인 얼굴로 그렇게 말하며, 클레어 님은 내 허리를 껴안았다.
“자아……레이……. 당신이 가버리는 모습을 보여 줄래요……?”
그 말과 함께 클레어 님은 내 꽃잎을 가르면서 노출된 낱알에 돌을 가져다 댔다.
“아~~~~~아아앗!!!”
아랫배에 쌓여가던 열기가 탈출구를 찾는 것처럼 날뛰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클레어 님의 머리를 힘껏 껴안은 채로 매달리면서, 그대로 덮쳐드는 강렬한 쾌락의 파도에 몸을 맡겼다.
내 안의 모든 것이 녹아내려서 클레어 님과 하나로 합쳐진 것 같은, 차원이 다른 쾌감이었다.
“아…… 안 돼…… 아…… 아아…….”
힘이 빠져나간 하반신에서 쪼르륵하고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났다.
“어머나…….”
클레어 님이 깜짝 놀란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클레어 님…… 보지 말아줘…….”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실금을 해버리고 말다니, 죽는 것보다도 비참한 일이다.
나는 눈에서 눈물이 번져 나오는 걸 알 수 있었다.
“…….”
클레어 님은 이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 푸른 눈동자에 남김없이 담고 있었다.
보여졌다.
보이고 말았다.
죽는 것보다도 쓰라린 마음에 눈물이 넘쳤다.
“괜찮아요, 레이. 저는 잘 알고 있어요. 이건 실금과는 다른 거라고요.”
“……네?”
고개를 들자, 클레어 님은 자애로움으로 넘치는 얼굴로 웃고 있었다.
“여성이 오르가슴에 달했을 때, 가끔씩 그런 경우도 있다는 모양이에요. 지금 건 소변과는 다른 거예요.”
“……아.”
전생의 지식으로도 그런 게 있었다.
속된 말로 ‘시오후키’라고 부르는 행위다.
정확한 원리에 대해선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여성기에서 소변과는 다른 액체를 내뿜는 일은 진짜로 있다고 한다.
나는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 설마하니 내 몸으로 직접 체험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안심하도록 하세요. 레이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어요.”
그 말과 함께 클레어 님은 나를 달래주는 것처럼 꼭 안아주셨다.
혼란과 수치심으로 한계에 다다랐던 나는 클레어 님에게 안겨서 힘껏 어리광을 부렸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클레어 님. 저에게 환멸 하셨죠……?”
“아니요, 천만의 말이에요. 분명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 제가 선사한 쾌감에 느껴줬다는 말이잖아요? 오히려 자랑스러워요.”
사랑스럽게 가버리고 말았군요. 나를 철저하게 괴롭혔던 악역 영애는 마치 천사와도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내 이마에 입술을 떨어트렸다.
“선물드릴 물건을…… 잘못 고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째서인가요? 멋진 정난감이잖아요.”
클레어 님은 손에 쥔 돌을 만지작거리면서 쿡쿡 웃었다.
“호랑이에 날개…… 클레어 프랑소와에 핑크 로터…….”
“그럼 레이 테일러의 눈에 눈물이려나?”
“클레어 님!”
“쿡쿡…… 농담이에요.”
“정말…….”
나는 토라져서는 클레어 님의 가슴에 얼굴을 뭍었다.
“정말로 부끄러웠으니까 말이죠!”
“후후, 미안하다니까요? 하지만 레이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그만.”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몰아붙일 건 없잖습니까.”
“어머? 레이는 분명 제 괴롭힘이라면 대환영이라고 학창시절부터 입에 달고 있었죠?”
“말은 했지만요!”
“후후…… 그러면 포기하고서 얌전히 받아들여 줄래요?”
“정말이지…….”
나는 힘이 돌아오기 시작한 양 팔로 클레어 님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있는 힘껏, 강하게.
“……레이.”
“아프신가요?”
“아니요, 기분 좋은 정도예요.”
“오늘은 지고 말았지만 다음번엔 지지 않을 테니까요.”
“쿡쿡……. 또 지려버리는 건 아니려나.”
“그 일은 잊어주시지 않으면 다음엔 심한 짓을 할 겁니다.”
“후후, 그건 그것대로 기대되네요.”
별 거 아닌, 연인끼리의 농담.
밀려드는 잠기운 속에서 농담을 나누며, 밤이 조용히 깊어갔다.
“안녕히 주무세요, 레이.”
“안녕히 주무세요, 클레어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