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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번역은 "와타오시 번역"의 협력으로 실현되었습니다.고마워요, "와타오시 번역" 시내는 한창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이었다. 마왕을 자칭하는 자가 갑작스레 선고한 파멸로 향하는 카운트다운은 힘없는 일반인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어, 어이. 지금 광경 봤어……?” “자네도 본 건가? 뭐야 그건…… 그런 거대한 산을 단숨에…….” “엄마, 무서워…….” “괜찮아…… 괜찮단다…….” 지금은 간신히 패닉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시간문제일 뿐이다. 공포는 전염되고, 증폭되고, 한층 더 확산되고 있었다. “이, 일단 클레어라는 녀석을 잡아다 바치면 되는 거지?” “나, 나는 알아! 그 사람 바우어 왕국의 전 귀족이야!” “하지만 분명 부패한 귀족 정치를 타파한, 민중의 편이었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당장 그 녀석을 내놓지 않으면 우리들도 얼어붙어서——.” 사람들이 마왕의 위협에 떨고 있던 바로 그때——.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목소리는 대지에 스며드는 따뜻한 비와 같은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이번엔 뭐야?!” 『갑자기 말을 건 점은 부디 용서해주시길. 제 이름은 클라리스 레페테 3세. 정령교회의 교황을 맡고 있는 자입니다.』 “교, 교황님이라고?!” 마왕의 선언에 이어, 얼마 지나지도 않아 다시금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사람들은 다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결코 사람들을 다그치거나 재촉하지 않았다. 천천히, 부드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방금 전 마왕이라 칭한 자의 말은 굉장히 무서우셨겠죠. 여러분들이 받은 충격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필시 많이 불안하시겠죠.』 교황 성하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신기하게도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듯한 어조였다.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그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삿된 자의 말에 따라서는 안 됩니다. 정령교의 성서, 제 3장 2절을 떠올려주세요.』 ——그대, 악마의 속삭임에 유혹당하지 말지어다. 가장 쉬운 길일수록 가장 쉬운 파멸이다. 그 성서의 문구는 열렬한 정령교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구절이었다. 사람들은 떠올렸다. 자신들이 가꿔온, 키워온, 지금까지 지켜왔던 규범들을. 소박하지만 사람들 속에 확실하게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었던 정의는, 일시적인 동요에 빠져 있던 사람들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마왕은 말했습니다. 클레어 프랑소와를 내놓으라고요. 어째서일까요? 어째서 마왕은 그녀를 내놓으라는 말을 했을까요?』 교황님은 거기에 더해 마왕의 말에 의심할 부분이 있음을 보였다. 마왕의 말은 진짜인가. 저 말에 이상한 점은 없는가. 『저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자가 어째서 굳이 우리들에게 말을 걸 필요가 있을까요? 자기가 찾아내서 자기가 데려갈 수는 없는 걸까요?』 공포의 대상이었던 마왕의 강대한 힘이, 역으로 마왕의 요구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걸 나타내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점을 깨달았다. 『그렇습니다. 마왕은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그건 그녀가—— 클레어 프랑소와야 말로 마왕에게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서 그렇습니다.』 이 말은 교황 성하와 우리들이 함께 꾸며낸 거짓말이지만 효과는 발군이었다. 강대한 힘 앞에 절망에 빠져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돌아왔다. 『마왕은 클레어 프랑소와가 방해되는 겁니다. 그녀만 없으면 모든 게 자기 뜻대로 될 테니까요.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녀를 내놓는 순간이 곧, 우리들 인류의 종말입니다.』 교황 님이 거듭해서 못 박았다. 클레어 님을 내놓는 게 가장 최악의 수라고. 『지금 동쪽 땅에서 나 제국은 한창 마족과 전쟁 중입니다. 인류의 존망을 건 최종 결전입니다. 우리들은 이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합니다.』 지금 이건 남의 일로 치부할 게 아니다. 모든 인간이 마주하고 있는 싸움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모두가 검을 쥘 힘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연약한 자라도 싸울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 힘이란 어떤 것인가, 『그건 바로 용기입니다. 사악함에 맞서는 마음, 공포에 굴하지 않는 강한 의지. 곁에 있는 사람을 믿고, 내일을 믿고, 악마를 거부하는 싸움은 누구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싸움입니다.』 검을 쥐고 휘두르지 않아도, 마법을 쓸 수 없어도, 싸울 수는 있는 것이다. 『자, 다 함께 일어나죠. 혼자가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가족, 친구, 반려, 스쳐지나가며 알게 된 누군가와도. 다 함께 일어서는 겁니다.』 거기서 한 호흡을 쉬고서 교황은 선언했다. 『교황의 이름 아래, 성전의 개시를 선언합니다.』  ◆◇◆◇◆ 『이런 연설로 괜찮았을까요, 레이 테일러?』 “완벽합니다, 교황님.” 연설을 마친 교황님의 물음에, 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보증해주었다. 타임이 보여준 시내의 영상에서는 고무된 시민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모습이 잘 보였다. 교황 성하의 연설은 대성공이었다. 지금 교황님과 나는 타임이 이어준 텔레파시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사람들한테 연설했을 때와는 달리 영상기능까지 붙어있다. 『제가 한 일은 별 거 아닙니다. 주셨던 원고가 훌륭했던 덕분입니다.』 “그렇지 않아요. 교황 성하의 연설도 굉장했다구요.” 『그렇습니까……?』 교황 성하는 어느 때처럼 표정 변화는 전혀 없었지만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뭐, 연설문이 좋았다는 건 인정하지만요. 뭐니뭐니해도 인류에서 손꼽히는 3대 선동꾼들이 합심해서 만든 걸작이니까요.” “누구보고 선동꾼이라는 거예요.” “너무해요!” 『좀 다른 식으로 말해줄 수는 없었겠느냐, 레이.』 나는 칭찬의 뜻으로 말한 건데도 불만의 목소리를 터트리는 세 사람. 클레어 님, 필리네, 도르 님이다. 이번 연설 원고는 이 세 사람의 합작품이다. 초안은 클레어 님이 만들었고, 필리네가 정령교의 요소를 첨가하고, 도르 님이 마무리를 지은 완벽한 원고다. 이 연설을 듣고도 고무되지 않을 사람은 없지. 참고로 도르 님은 바우어로 돌아가는 도중이라서 타임이 따로 텔레파시 회선을 연결해주고 있다는 모양이다. “바우어에서도 성전에 참가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더군. 어떻게 할까, 세인?”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돌아보자, 로드 님과 세인 전하가 통화를 나누고 있었다. 세인 님도 도르 님과 마찬가지로 원거리 통신 중이다. 『……안 돼. 이런 시기에 일반인 중에 지원병을 받는다니,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 게 눈에 선해.』 “그런가?” 세인 전하는 이 성전에 자국민이 참가하는 건 반대인 모양이다. 『……그 자리의 열기에 휩쓸린 사람이나, 등을 떠밀린 사람들이 전선으로 나가게 되는 건 피하고 싶어.』 “각오를 다진 사람들이 있을 지도 모르잖냐.” 『……각오를 다지고 무기를 쥐었다고 해서 누구나 전사가 될 수는 없어. 자신들도 지금 싸우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서 일상을 유지해 준다면 그걸로 충분해.』 “소극적이구만?” 『지금은 고무되어 있으니까 공포감도 옅어졌겠지만 마왕은 태산마저 동결시키는 강적이야. 모여든 지원병이 전부 얼음덩어리가 되기라도 해봐.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한 병사는 순식간에 오합지졸로 변할 거야.』 저 말도 일리가 있다.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그런가.” 『마왕이 쏘아내는 대규모 범위공격에 휘말리지 않도록, 클레어를 포함한 소수정예로 도전하는 게 최선이겠지.』 “이거 놀랐는걸. 너 전략적 시점도 가지고 있었냐?” 『……군략이라고 해도 대단한 건 아니야. 형이나 유처럼 강하지 못하니까, 약자의 시점으로 사물을 볼 수밖에 없었을 뿐이지.』 세인 전하는 겸손——의 수준을 넘어 비하에 가깝게 말하긴 했지만, 몹시 귀중한 시점이었다. 그는 평균과 비교해보면 아주 유능한 사람이면서도, 약자의 시점, 힘을 갖지 못한 사람의 시점으로 사물을 분석할 줄 알았다. 싸울 힘을 갖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은 어떠한 사람들인가를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는, 위정자에게 있어서 특히나 중요한 능력이다. “뭐, 그래도 그런 말은 마. 빌릴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얼마든지 빌리자고.” 『? 뭘 할 생각이야?』 “바우어에 도착하면 제 1군 연구실로 가. 미리 얘기는 전달해 놨으니 거기에 있는 걸 국민들에게 나눠줬음 좋겠어.” 『계책이 있는 거군?』 “그렇지.” 로드 님은 싱긋 웃었다. 세인 님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가능하면 인류측이 대대적으로 마왕을 향한 선전포고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되도록 표적을 축소해서 녀석이 쓸데없는 희생을 내지 않도록 유도하고 싶어.』 “마왕한테 그게 통할까?” 『……그건 잘 모르겠어.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하는 상대야. 가진 수단은 전부 써봐야겠지.』 “방식이야 어쨌든, 우리는 결과적으로 클레어를 내놓게 되는 거로군.” 로드 님이 씁쓸하게 말했다. 『……그래도 인류마저 적이 되는 건 막았다. 레이와 클레어가 주변의 악의나 죄책감에 짓눌리는 걸 보는 건 싫어.』 “웬일로 마음이 맞았구만.” 『……처음일지도 몰라.』 그러면서 마주 웃는 두 사람을 보자, 아 저 두 사람 사이에 있던 응어리가 전부 사라진 건 아니더라도 상당히 녹아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흐뭇한 마음을 느끼면서 나는 다시금 클레어 님과 교황 성하와 함께 나누던 대화 쪽으로 의식을 돌렸다. “어쨌든 이걸로 다행히 클레어 님을 떠나보내는 일 없이 마왕과의 싸움에 임할 수 있겠네요.” 『저도 최종 결전에 참가하겠습니다. 마왕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바로 대성당에서 출발했지만 제도 습격 전에 도착하지 못한 게 한입니다.』 교황 성하는 아쉬운 듯 했다. “지리적 문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니까요. 이미 일어나버린 과거 보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죠. 교황 성하의 범위 회복은 아주 큰 힘입니다. 의지하도록 할게요.” 『네에, 미력하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교황 성하는 작게, 하지만 동시에 믿음직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동하는데 전념하겠으니 통화는 이쯤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타임을 통해 연락해주세요.』 “네.” 『그러면 레이 테일러. 또 다음에.』 “아, 교황 성하, 한가지만!” 『?』 교황 성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는 자세를 바로잡고서—— 깊이 고개를 숙였다. “타임이 여러분들——저와 똑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들에게 했던 짓들에 대해서 사과하겠습니다. 마왕이—— 또 다른 제가 그런 바보 같은 결단을 내리지 않았더라면 당신들도 이런 꼴을 당할 필요도——.” 『그건 좀 다릅니다, 레이 테일러.』 교황 성하는 내 사과를 끊었다. 그리고서 내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한층 더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분명 제 출신을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놀랐습니다. 저라는 존재가 당신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이라는 말을 들었을 땐 다소 화가 치밀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고 말하는 교황 성하. 『이건 운명이었던 겁니다. 어떤 이유가 있었다고 한들, 당신이라는 원인이 없었더라면 저는 태어날 수 없었어요. 당신이 없었더라면 저는 존재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당신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황 성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당신 또한 마왕이라는 존재 때문에 태어나게 된 인위적인 아이입니다. 당신이 해야 하는 일은 우리들, 정령의 미아에게 사과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들과 함께 마왕한테 불만을 쏟아내러 가는 거겠죠.』 교황 성하답지 않은 어린애 같은 말투 덕분에, 나도 긴장이 풀리고 말았다. “교황 성하는…… 그걸로도 괜찮습니까?” 『네. 같이 말하러 가도록 하죠. 왜 이렇게 민폐냐고.』 “아하하……. 혹시 교황 성하는 제법 재밌는 사람일까……? 『하려던 말씀은 그것뿐인가요?』 “아, 네. 붙잡아둬서 죄송합니다.” 『아뇨, 신경 쓰지 마시길. 그러면 현지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네에.” 텔레파시는 거기서 끊겼다. “레이도 참, 그런 걸 신경 쓰고 있었군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클레어 님. 그런 거란 내가 정령의 미아들에게 죄책감을 품고 있었던 걸 말하는 거겠지. “그치만 이도저도 죄다 제 탓이잖아요.” “그런 소릴 할 거라면 저한테도 일부분 책임이 있어요.” “없다구요.” “아뇨, 있어요.” 왁자지껄. “두, 두 분 다 부디 그쯤 해주세요. 마왕이 나쁘다는 결론으로 괜찮잖아요.” 우리 둘 사이에서 열심히 다독이는 사람은 타임의 빙의에서 풀려난 릴리 님이었다. “릴리 님께도 미안합니다. 타임이 자꾸만 멋대로 몸을 빌려 쓰니.” “아, 아뇨아뇨! 레이 씨한테 도움이 될 수 있다면야 바라던 바니까요. 하지만 제 몸을 멋대로 할 거면 기왕이면 레이 씨가…….” “릴리?” “아무것도 아니에요, 클레어 님! ……칫, 염장이나 지르고.” ““…….”” “아아아……! 그게 아니에요오……!” 릴리 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응, 귀엽지만 나한텐 클레어 님이 있으니까. 어쨌든 이제 남은 건 마왕을 쓰러트리는 일 뿐이다.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할 수밖에 없다. 이번엔 혁명 때보다 훨씬 동료들도 많다. 게다가 인류측의 강자들이 집결해있다. 그다지 비관적인 소리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걸로도 불가능하다면야 체념할 수밖에 없다. “기다리라고, 나.” 나는 손가락을 우둑우둑 꺾으며, 맛이 간 또 다른 나를 걷어 차주러 갈 생각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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