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 도로테아의 진의 (Pixiv Fanbox)
Published:
2020-10-21 10:00:02
Imported:
2022-04
Content
*아래의 번역은 "와타오시 번역"의 협력으로 실현되었습니다.고마워요, "와타오시+나레 번역"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제16장 '제도 습격편'을 전달합니다.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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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엥, 뭐야 그게.
원작에서도 나왔는지 어땠는지 가물가물한 마족이라는 종족도 있는 마당이니까 그야 마왕도 있을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런 흉흉한 존재는 설정자료집에서도 본적이 없다.
도로테아가 말한 마왕이라는 존재가 내가 상상하고 있는 것과 동일하다면 말이지만.
“어머님, 마왕이란 대체……?”
필리네가 머뭇거리며 도로테아에게 물었다.
그 표정에서는 옛날과 같은 주눅 든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도로테아의 발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도로테아는 그런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말을 이었다.
“그 이름대로 마물과 마족들을 통솔하는 존재다. 짐은 그것과 만난 적이 있다.”
놀랍게도 도로테아의 목소리에는 약간이지만 두려움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저 오만불손함과 용맹무쌍함의 대명사와도 같은 도로테아가 말이다.
“그건 짐이 아직 제위를 찬탈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도로테아의 이야기로는 그녀가 그 마왕이라는 자와 조우했던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고 한다.
당시의 그녀는 이제야 7살이 됐을 무렵이었다.
일찍이 검의 재능에 두각을 보였던 도로테아는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서 마족과의 전투에 참전 중이었다.
물론 참전이라고는 해도 최전선은 아니었다.
아무리 도로테아의 무위가 대단하다고는 한들, 그녀는 황실의 일원이다.
실전 경험이라는 것도, 굳이 말하자면 경력에 한 줄 더 추가하고 관록을 쌓기 위한 의미가 더 컸던 모양이다.
과거의 데이터에 기초해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진 전장에 배속 된 다음, 후방에서 전투를 견학하는 정도였을 뿐이다.
하지만 거기서 그녀는 만나고 말았다.
마왕이라고 불리는 존재와.
“마족의 힘에 대해선 짐도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마왕은 압도적이었다. 당시의 짐은 삼대마공 정도라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여겼지만, 마왕은 아마 지금의 나로서도 불가능하다. 그건 인간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그건 재해다.”
도로테아가 소속되어 있었던 토벌대는 순식간에 궤멸했다.
그녀도 검을 들고 싸웠지만 마왕에게는 이도 박히지 않았다.
“짐조차 죽음을 각오했다. 하지만 불가사의하게도 녀석은 짐을 죽이지 않았어. 다른 자들은 모조리 죽였음에도.”
이상하게 여긴 도로테아가 마왕에게 물었다.
어째서 죽이지 않느냐고.
“그 놈은 이렇게 답했다. 짐을 죽이면 너무 역사가 달라져 버린다고. 그 발언의 진의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도로테아는 목숨을 건졌다.
그리고 그녀는 결의했다.
“마왕을 멸하기 위해서는 인류의 총력을 결집해야만 한다.”
도로테아는 그 목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즉, 그녀가 추진했던 침략외교도, 그걸 위한 방편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거기에 찬성하느냐 아니냐는 별개로 두고.
“그런 강대한 존재가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고서 존재하고 있었다는 건가?”
윌리엄 전하가 지당한 의문을 입에 올렸다.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지만, 아마도 녀석이 말한 역사가 달라지니 어쩌니 했던 말과 관련이 있겠지.”
“그 말은?”
“그 정도로 강대한 위협이니만큼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대하겠지. 녀석이 역사에 간섭하는 걸 극력 피하고 싶어 한다면야, 자신을 드러내는 일도 자연히 적어졌을 거다.”
“흐음…… 뭔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네. 하지만 뭐가 됐든 인류한테 있어서 좋은 이야기는 아닌 모양이야.”
윌리엄 전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콧방귀를 꼈다.
“그런 위협이 존재하고 있었다면 그걸 설명하면 됐었잖아요. 굳이 침략이라는 방법을 쓰지 않더라도 협력을 구할 방법이라면 얼마든지 있었어요.”
“클레어 프랑소와, 그대는 정치를 잘 모르는군. 국가와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외교에서 상호간의 대화 같은 건 약해빠진 방식이다.”
군비, 경제, 이상, 논리—— 외교에 사용하는 수단은 얼마든지 있지만 도로테아는 대화의 가치를 약해빠진 방식이라 평했다.
나는 그녀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지만, 저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현대에서도 적지 않았다.
“강력한 공통의 적이 있다고 당신이 말한다면 들어줄 사람도 있었을 텐데요.”
클레어 님이 도로테아를 거듭 비난하듯이 말했다.
도로테아는 그런 클레어 님을 향해 뭘 모른다는 것처럼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겠지. 하지만 그저 듣기만 할 뿐이다. 마족의 위협을 우리 제국이 억누르고 있는 한은.”
“필리네처럼 전체를 조율할 수도 있었잖아요.”
“짐을 공통의 적으로 둔 것처럼 말인가. 이미 말했듯이 마족령의 침략은 제국이 막아내고 있다. 거기다 어떤 나라도 진심으로 마족에 대해서 위기감을 품고 있지 않아.”
이건 도로테아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적어도 나는 바우어에 사는 동안 마족이라는 존재를 위협으로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력으로 타국을 종속시키는 게 옳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요!”
“그 말이 맞다. 짐도 스스로가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다만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너희들에게 패배하고 말았지만, 도로테아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도로테아, 당신의 진의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마족이 대대적으로 몰려 들어올 거라는 말은 어떻게 된 겁니까?”
어째서 이 타이밍에?
“마족은 이 제국 안에 들어올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
“네에. 결계 덕분이죠?”
“그렇다. 하지만 마족은 인간을 첩자로 삼아 넘어 올 것이다.”
방금 전의 전투 중에 도망친 제국 관료가 그 첩자였다고 한다.
“첩자는 마족들에게 짐이 그대들을 전부 죽였다고 전하겠지. 그러면 이때다 싶어서 공격해 올 거다.”
“그러면 혹시 아까전의 몰살 선언도 그걸 위해서였어요?”
클레어 님이 물었다.
만약 그렇다면 아무리 연기였다고는 해도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가 아니다. 짐의 손에 죽을 정도라면 그저 그뿐이다. 거꾸로 짐을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면 그대들에게 뒤를 맡기려고 생각했을 뿐.”
“필리네, 너네 엄마 너무 배배 꼬였어!”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내가 비명처럼 외치자, 필리네가 거듭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래서 어쩔 거야, 이거? 수뇌회담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는데?”
전투가 일단락되고 비전투원들이 돌아오자, 윌리엄 님이 주변의 참상을 둘러보며 말했다.
“도로테아. 마족이 공격해 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남았다고 보나?”
도르 님이 묻자, 도로테아는 잠시간 생각하더니,
“도중에 있는 요새를 전부 돌파하려면 2주 정도 남았겠지.”
그렇게 답했다.
“2주일…… 시간이 너무 부족하군.”
도르 님이 얼굴을 찌푸려다.
제국에 가장 인접해 있는 바우어조차도 원군이 아슬아슬하게 당도할지 어떨지 모를 정도의 시간이다.
이대로라면 인류가 총력을 결집한다는 얘기는 잠꼬대나 마찬가지다.
“너도 손 놓고 이런 무모한 짓을 저질렀던 건 아니겠지, 도로테아?”
“언니! 회복하셨군요.”
“응, 어떻게든. 걱정을 끼쳤구나, 클레어.”
마나리아 님의 건재한 모습에 몹시 감격한 클레어 님이 마나리아 님의 품속에 뛰어들었다.
살짝 질투가 일어날 뻔했지만 그 심정도 이해가 갔기 때문에 이번엔 눈감아주기로 했다.
흥이다. 나는 언제든지 클레어 님이랑 포옹할 수 있거든!
“계책은 있다.”
마나리아 님의 말에 도로테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마족령과 제도 사이에 있는 요새 중 한 곳에 대규모 설치형 공격 마도구를 준비해 놨다. 발동하면 요새 째로 마족들을 한꺼번에 날려버리지.”
도로테아가 말하는 설치형 마도구는, 제국의 마법기술의 정수를 결집한 엄청난 물건이라고 한다.
그 위력은 만약 발동하면 지도를 새로 그려야 할 정도다.
“그렇게 좋은 게 있었다면 당장 마족 땅에서 기동시켜버리면 되는 거 아닙니까.”
“아무데나 설치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 이 마도구는 화산지대의 지맥이 필요해.”
도로테아의 설명에 나는 번뜩 떠오르는 사실이 있었다.
“도로테아. 설마 그 마도구로 삿살 화산을 분화시켰습니까?”
내 물음에 클레어 님과 도르 님, 그리고 세인 님이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예리하군, 레이 테일러. 그 말대로다. 그 마도구는 지맥에 흐르는 화속성과 토속성을 활성화 시키는 물건이다.”
미안한 기색도 없이 도로테아는 선뜻 대답했다.
과연, 이제야 납득이 갔다.
원작 때보다도 분화 시기가 빨랐던 이유는 제국이 뒤에서 획책했기 때문이었나.
아니, 어쩌면 원작에서도 분화 자체는 제국의 책략이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네 녀석!”
도로테아의 멱살을 움켜쥔 사람은 놀랍게도 세인 전하였다.
언제나 우울해 보이는 표정만 짓고 있는 세인 전하가, 지금은 역력한 격노의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그 마도구 때문에 바우어에 어느 정도의 피해가 나왔다고 생각하나! 지금도 바우어에서는 굶어죽기 직전인 국민들이 산더미처럼 있다고!”
국왕으로서 그 누구보다도 국민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세인 전하는 삿살 화산의 분화 이후로 계속된 왕국의 참상에 항상 속을 끓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인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는 말을 들으면 당연히 용서할 수 없겠지.
“변명은 하지 않겠다. 짐은 그대들의 나라를 지배하려고 했었고, 그걸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생각도 없었다.”
“……뻔뻔하구나!”
“그러면 짐에게 뭘 바라나?”
도로테아는 세인 전하에게 멱살을 잡힌 채로 물었다.
“……네 녀석에게 바라는 것 따위는 없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아뇨아뇨아뇨, 세인 전하. 그래선 안 된다구요. 적어나 제대로 된 사과랑 피해보상정도는 받아내야죠.”
심정적으로는 이해하지만 감정에 치우쳐서 끝내도 될 일은 아니다.
여기선 확실하게 약속을 받아내고, 나중에 청구해야지.
“짐은 사과도 보상도 해줄 용의가 있다. 다만 모두다 필리네가 하기 나름이다.”
“네? 저, 저 말인가요?”
갑자기 지명당한 필리네가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래. 필리네 너 말이다. 짐은 제위에서 물러나겠다. 그대가 다음 황제다.